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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

[책읽기] 함께 자라기 - 애자일로 가는 길

by @Eddy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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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라기 | 김창준 - 교보문고

함께 자라기 | 모두가 함께 발전하기 위한 제안‘함께’는 협력을 말하고, ‘자라기’는 학습을 말합니다. 무엇이건 실제 바깥세상(야생)에 임팩트를 남기려면 혼자 힘으로만 되는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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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게 된 동기

 개발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자라기'라는 책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안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만큼 유명한 책이기에 한 번쯤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다 드디어 읽게 되었다. 책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는 이 책의 명성(?)에 더 이끌렸던 것 같다. 뭐가 그렇게 좋길래 이토록 열광하는가?라는 궁금증.

 

독서 후기

 이 책의 시작은 자기 계발서나 조직 계발서(?) 등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너무나 뻔한 이야기를 할 거라 생각되어 기대치를 낮추고 읽었다. 내가 생각하는 유익한 책이라 함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자기 계발서 같은 책은 도덕적 관념이나 상식적 관점에서 올바른 사고를 알려주기에 일반적으로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읽어도 남는 게 그다지 없다.

 하지만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이라는 책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단순히 생각으로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과,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가는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누구나 윤리적으로 올바른 것을 알고, 이해하고, 행할 수 있지만 모두가 4대성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여러 면에서 '함께 자라기'는 내 생각에 자극을 줬던 책이다. 개발직군에 없었던 내가 개발직군으로 넘어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인 일단 부딪히는 '야생학습' 공부방식은, 여전히 스트레스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게 올바른 학습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문제집에 담을 수 없고 교과서에 담을 수 없듯이, 명확하지 않고, 비순차적이고,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프로그래밍을 바라보면 이 상식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란 무엇인가?

 우리는 단순한 밈으로,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럼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실력이 좋은 사람일까?라고 했을 때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또, 실력이 좋으면 전문가인가?라고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서도 이게 전문가입니다.라고 명확히 말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래도 소프트웨어적 관점에서는 다방면의 경험을 쌓은 개발자가 전문가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성장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그리는 건 정신병 초기 증세다."라는 말을 했었다. 성장은 이와 같다고 생각했다. 책에서도 의도적 수련과 피드백을 강조하는데, 의도적 수련은 단순히 시간을 많이 투자한 성장이 아닌 스스로를 개선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들이 의도적 수련이라 한다. 즉 피드백을 하면서 보완할 점을 찾고 개선하며 나아가는 것이 의도적 수련인 셈이다.

이 책에서는 '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론'을 빗대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몰입이론

 A영역은 너무 쉬운 수준, B영역은 너무 어려운 수준, C 영역은 적당한 수준이라고 해석해 보자.

 너무 쉬우면 지루하고, 너무 어려우면 걱정되고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니 적당한 수준일 때 빠른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지 부하이론에서 '학습 시 불필요한 인지적 부담을 주면 어떤 것도 제대로 학습하기 어렵다'라고 한다. 내게는 이 말이 '몰입이론'의 표는 단순히 내 개발 실력에 비례하는 게 아니다.라고 들렸다. 난이도가 낮아도 남들 앞에서 하면 괜히 더 긴장되고 생각이 나지 않는 것처럼 외부 환경과 상황이 불필요한 인지적 부담으로, 작업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한다. 인생에 있어 운이 중요하다는 말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운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노력과 기세가 중요하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먼저 걱정하고 두려움을 느끼면 스스로 작업 난이도를 높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A 영역의 자신을 발견한다면, 실력을 낮춰보거나, 난이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면 될 것이고,

 B영역의 자신을 발견한다면 난이도를 낮추거나, 실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이론이 전달하는 바이다.

 

미래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컴퓨터가 학습하기 어려운 직업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학습하기 어렵다는 것은, 한계나 명확성이 뚜렷하지 못한 것을 말하는데, 해당 책은 2015년도에 발행된 책으로, 알파고를 빗대어 설명한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에 와서는 학습하기 어렵고, 명확한 한계가 없는 그림이나 영상 등에서도 AI가 모조리 학습하고 있기에 정말 AI를 다루는 직업과 AI도 하지 않는 일만이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컴퓨터가 학습하기 어려운 일은 무엇이 있을까.

 

실수는 예방 vs 관리

 장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과 일치해서 더 이해가 잘 되는 부분이었다. 군은 기본적으로 실수를 예방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실수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싹을 자르려 한다. 한 번의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 예방을 위한 과도한 대처는 집단과 조직 구성원의 성장을 저해하고 보수적으로 만든다. 실제로 어떤 실수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은 실수 자체를 숨기게 만들고, 조직이나 집단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조직이 된다. 

 하지만 개발자의 세계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도태될 뿐이다. 그렇기에 실수를 관리하는 측면으로 봐야 한다. 일단 실수를 하더라도, 이 실수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에는 이렇게 하자"가 되면 된다. 실수에 대한 비난이 아닌 실수를 공개함으로써 서로가 배우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객관성이란?

 우린 흔히 누군가를 설득할 때, 객관적 지표를 가지고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객관적 지표는 유효한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라고 했을 때 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프로젝트 경험상 객관적 자료는 꽤 유의미했었고, 그중에서도 잠재 유저와의 인터뷰나 설문조사 결과는 반박할 근거가 없는 것에 가깝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관적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란 게 객관성이 가진 치명적 오류라고 생각해 왔었다. 마침 이 책에서도 이를 언급했다.

 결국 어떤 객관적 지표를 들고 오더라도, 이를 두고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기에 주관적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논리성을 가져오더라도 감정적으로 튀어나온 논리적인 것인지, 이성적으로 판단한 논리적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즉 논리와 객관이라는 환상 자체를 버리고, 내가 설득하려는 대상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주관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전문가가 모이면 더 잘할까?

 일반인이 모이는 것보단 잘할 거 같지만, 이는 단순히 WBC를 예로 들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환경 탓도 있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팀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그냥 눈빛만 주고받아도 몸이 움직이던 사람들과 함께하다가 말을 해야 이해가 되는 사람들과 만나면 당연히 실력이 반도 안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말은 협력이 얼마나 잘 되는가?라는 맥락과 같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협력 없는 전문가 팀은, 협력 없는 비전문가 팀보다 퍼포먼스가 낮게 나온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협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기존 팀에서 활약했을 때보다 협력이 적을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하는 말)

빠르게 학습하기

 지금까지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자 해도, 나는 이게 왜 좋은지 잘 모르겠네.라고 느꼈던 부분을 '쾌속 학습팀' 파트에서 설명해 준 것 같다.

학습을 개인의 과제로 생각한다.라는 것.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맡은 파트는 내가 마무리지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틀린 말은 아닌데, 같이 해야 하는 생각은 잘 안 했던 것 같다. 즉, 애자일 방식이 아닌 개별학습을 했다는 것이다. 

 애자일 학습이 도입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학생 때와의 공부와는 너무 다르고, 같이 학습한다는 개념이 능률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박혀있는 상태에서 함께 학습하라니, 어려울 수밖에.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짤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해내야지.

그래서 애자일 방법론이란?

 애자일 방법론 자체가 불확실한 것이기에 이게 애자일이에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이미 애자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방법을 설명해도 그 방법이 팀이나 조직에 어우러지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고, 팀에 어울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방식을 찾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탐색하면서 조직에 알맞은 전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지 아닐까?라고 끝을 냈다.

 

느낀 점

 이미 본문에서 느낀 점을 많이 써서 쓸 말이 많지 않지만, 왜 이 책이 그토록 많은 개발자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는지 알 것 같은, 느낀 바가 많았던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인 심리학, 교육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내용도 많아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책 자체는 정답을 알려주려는 성격은 아니다. 그저 독자에게, '이런 내용도 있으니 너가 생각해보렴'이라는 느낌이었다. 결론마저 열린 결말이라 더 뜨겁게 토론할만한 주제이기도 하다.

 만약 나처럼 개인 학습에 찌들어 있는 사람이 개발자를 한다고 말하거나, 그런 개발자를 본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생각의 전환과 환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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