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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고

개발 외주, 이런 건 하면 안 된다!

by @Eddy 2024.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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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아주 잠깐이지만 첫 iOS개발 외주를 진행했던 내용입니다.

회사명과 관련 인물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만 작성하였습니다. 만약 개인적으로 질문하시더라도 회사명과 누구인지 등에 대한 것은 답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관련 질문은 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래저래 불만이 적힌 글이지만, 제게는 좀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목차

1. 외주 직접 계약, 어떻게 하게 됐을까?

2. 계약서 작성, 어떤 걸 주의해야 할까?
3. 계약 이후 알게 된 사실들

4. 중도 하차 결정

 

1. 외주 직접 계약, 어떻게 하게 됐을까?

1-1. 오픈카톡방을 통한 외주 계약

iOS 개발자분들은 워낙 풀이 좁다보니 최대한 정보를 끌어오기 위해 여러 오픈카톡방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고, 그 중 어느 오픈카톡방에서 iOS 외주 개발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조금 찝찝했던 부분은, 물어보기 전까지 어느 회사의 어떤 앱인지, 본인이 누구인지, 어떤 개발을 하게 되는지, 구체적인 조건 등을 모두 알려주지 않았고, 일단 사람을 모집하고 그 후 자세한 내용은 개인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미 진행 중인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는 상황에서, 외주 계약을 하는 게 맞을까?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개발 규모와 기간 등을 확인하고나서 판단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1-2. 상호 신뢰

계약 전, 출시했던 앱이 있는지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요구하셨고, 외주는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진행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제시했습니다. 다행히(?) 마음에 들어하셨고, 그 때서야 기간과 대략적인 프로젝트 규모를 알려주셨고, 현실적으로 혼자서 다 하는 건 부담스럽다 라는 사이즈였지만 나중에 저를 포함해 n명의 iOS개발자가 외주를 진행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3. 싸늘하다.. 가슴에 비ㅅ... 읍읍

이후 비용에 대해 OOO원을 제시하셨으나, 해당 금액은 n명의 개발자가 동일하게 나누는 구조로 되어있었습니다. 마치 당연한 것 같지만, 생각해보니 이상했습니다. 비용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늘고, 개발 시간을 분리하는 것도 아닌 협업이라? 단순히 파이를 쪼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동작그만, 밑장빼기냐?). 그래도 저는 돈이 급하지 않았고, 경력이 없는 개발자에게 외주를 맡기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회사 앱을 개발한다는 게 취업준비생으로서 금액보다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 맡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빙다리 핫바지)계약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2. 계약서 작성, 어떤 걸 주의해야 할까?

사실 계약서에서 주의해야하는 것들은 잘 모릅니다. 다만, 저는 법과 경제를 전공으로 했기 때문에 계약서가 그렇게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고, 당연히 계약서가 얼마만큼 중요한 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처음 외주 계약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며, 잘 아는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물어보는 등 힘들더라도 발품을 파는 게 필요합니다.

2-1. 계약서 작성 시 주의해서 본 것들

제가 중요하게 본 부분은 프로젝트 규모, 비용, 기간, 문제 발생 시 어떻게 처리되는지, 계약 파기 등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계약 잘못했다가 1년 이상 이 회사에 묶여있을 수 있고, 개인 사정이나 어떠한 문제로 인해 제가 계약 파기를 하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없는지를 따져보며 계약서를 확인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회사의 계약서는 그다지 실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형식적인 절차로서의 계약이었고, 그러다보니 계약서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계약서가 표준인지 아닌지 그게 중요할 수도 있지만, 나와 회사 간의 계약(쌍방 협의)이기 때문에, 불합리하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조금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다. 라고 하고 넘겼다가 그 항목때문에 발목잡히실 수 있습니다.

 

2-2. 계약서가 이상해

저는 계약서를 5번 이상 확인했고, 그 중 비용지급, 유지보수 및 검수 기간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클라이언트에 크리티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유지보수기간과 검수기간이 지나치게 길게 책정되어 있었고, 비용은 출시되면 지급한다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계약의 경우, 앞서 언급한 `상호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금, 중도금, 잔금으로 대금을 지급받게 됩니다. 아무리 좋고 이름난 회사라고 한들, 계약금을 떼먹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죠.

 

2-3. 강요된 신뢰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는 앞서 말한, 비용, 유지보수 및 검수기간이라는 3가지 항목에 대해 계약을 진행하기 전 정정을 요구했으나,

비용을 제외한 부분만 정정을 인정해주시고, 비용 지급기일에 대한 수정은 원치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나 이런사람이야~ 근데 내가 사기를 치겠어?` 라는 식의 신뢰를 강요하고, 조금 심기가 불편한 내색을 내셨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외주 개발자분들이 있으시다면, 회사나 대표 등 외주를 요청하는 쪽에서 경력 등을 이유로 믿어달라 말하면, 경력은 아무런 신뢰의 지표가 되지 않으니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요구하셔야 합니다. 숨만 쉬어도 발만 담그고 있으면 경력은 차니까요. 아무리 화려한 말들로 포장을 하더라도, 물증을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기서 이미 신뢰에 금이 갔지만, 진짜 좋게 봐서 여기까진 넘어갔고, 그 외에 이상한 부분은 없어서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만약 필요한 부분이 빠져있는데? 또는 계약서가 이상한데? 라고 생각한다면 특약사항으로 추가하거나 계약주와 협의하여 계약서 내용을 부분 수정하시면 됩니다.

 

3. 계약 이후 알게 된 사실들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 내용과 명세는 계약 이후 제공된다는 얘기를 듣고 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도 기획과 명세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3-1. 계약 이전에 개발만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하고 계약을 진행했음에도, 개발 이외에 프로젝트 매니징(개발 명세)을 겸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건 간접비에 해당합니다. 저를 포함해 다른 iOS개발자 분들도 동일한 계약을 진행했으나, 해당 계약은 직접비(Only 개발)에 관한 계약일 뿐, 그 외 업무(요구사항 명세 등)는 모두 간접비에 해당합니다. 만약 계약 이상의 것을 요구하게 된다면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물론 무경력, 첫 외주에서 이런 걸 요구하긴 어렵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계약서에 기입되어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기입은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명세가 무엇인지를 모르시는 분이셨고, 안드로이드 앱과 동일하게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하셨습니다.

 

3-2. 바보같지만, 이 때서야 이 회사의 앱을 설치해보니 문제가 많은 앱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단순 성능이나 기능적인 문제가 아닌 운영측면의 문제를 말합니다. 저의 개발 철학은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어떤 불편함이 있다면 그걸 해결해주는 선한 앱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세상 대부분의 앱은 그럴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앱의 경우, 극단적인 과금 구조의 앱이고, 비과금유저는 쳐내는 식의 운영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리뷰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이유는, 앱 다운로드 수가 상당했고, 전반적인 평점과 리뷰가 아주 준수해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앱을 검색해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는 게 이상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역시 디자인이 구려도 필요하면 사람들이 사용하는구나` 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는데, 모두 알바였다는 것은 대략 짐작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3-3. 모든 개발은 외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추측이건데, 회사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닐지도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 외주로 돌아간다면, 개발 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책임소재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당연히 개발기간이 늘어질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 회사로 보기 어려웠던 이유는, 아무리 회사를 알아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지역 어디에 있는 회사라고 설명은 해주셨지만, 본인 집을 사무실로 말씀하셨을 수도 있죠. 그게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3-4. 외주를 맡은 당일, 바로 개발을 요구하셨습니다. 이게 뭐, 문제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 사정이 급하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미 부분적으로 개발되어있는 코드들이 존재했고, 개발자들은 당연히 알겠지만 코드를 이해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분은 그런 부분들을 모르시는 건지 즉각적인 개발을 요구하고, 당일 검증을 요청하셨습니다. 개발자로서 테스트 받는다는 기분을 느껴 다소 불쾌함을 느꼈습니다. 이것도 좋게 생각하면, 돈을 주고 고용한 입장에서 각 파트별 소요기간 등을 책정하기 위해 얼마나 걸리는지 보고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앞에서 말했듯 개발 명세가 없습니다. 

 

 

4. 중도 하차 결정

첫 외주다보니 정말 정말 좋게 봐줘서 많은 부분들을 넘기려했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제 개발 철학과 반대되는 앱을 개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져야 할 앱이, 사람들의 절실함을 이용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그걸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회의감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 단 한 줄의 커밋 기록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겨우 몇 일뿐이었기 때문에, 수정한 내용도 많지 않아 코드를 남기지 않는 것으로 합의하고 중도 하차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만약 외주를 직접 계약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서 계약을 하시길 바라며, 여건상 그게 어렵다면 많은 부분들을 따져보고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전 단순히 제가 해보고 싶었던 기능이 포함된 앱을 회사 앱으로서 만들 수 있다? 돈을 못받아도 이득! 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계약과 다른 부분들이 많이 보여진다면 그 동안의 기록들을 모두 수집해두시고, 계약 파기 시 이를 물적 증거로서 활용하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계약서 자체가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개발을 처음 했을 때도 어려웠지만 많이 보다보니 어렵지 않구나 라는 것을 느낀 것처럼, 계약서도 여러번 검토하고, 다른 분들의 조언을 받아 2차, 3차적으로 검토하며 계약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계약을 빨리 하라고 닥달한다면 그냥 때려치는 게 좋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외주 기간 중에도 계속 닥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계약서를 작성했음에도 금액을 받지 못한다면, 소액사건심판청구 제도를 활용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것들이 있음을 알고 하면 보험을 들었다는 생각으로 안심하고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하고, 다음 외주 계약을하게 된다면 더 세세하게 따져보고 계약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크게 손해볼 거 없으면 사기도 당해본다 라고 생각하고 진행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이롭기 때문에, 이자식이 돈 안 주면 어떡하지?를 생각하신다면 외주가 아닌 인턴이나 계약직을 알아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쓸데없이 길었던 제 첫 외주 실패담(?)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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